목록전체 글 (5)
있는모습그대로
나는 언제 나인가? 비로소 나일 때는 언제인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내가 보이는 모든 모습들이 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누군지 알려면 지금 나의 마음과 생각을 살피면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경험들, 생각들, 실천들, 마음들은 모두 나였다. 늘 나는 나로서 살아왔던 것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 지금 이 순간의 마음, 지금 이 순간의 의지, 지금 이 순간의 판단, 지금 이 순간의 생각 이 모든 것은 나인 것이다. 2020년 혹은 그 이전의 글들을 살폈더니 그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아직도 나는 힘들어 하고 있다. 영원한 숙제인가보다. 늘 같은 문제로 힘든 걸 보니. 이제나 저제나 조금 기쁘고 행복하고 싶은데, 그게 그렇게 안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어떻게 살아..
이제 와서 또 문득, 교사라는 일이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체육교사를 그만두고 제주에서 새로운 삶을 사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있으니 그 자유로움이 몹시나 부러웠다. 더군다나 쉬이 정들지 않는 이 학교에서의 반년을 보내고 2학기 되어 만난 아이들 마저 정서적 거리감이 느껴져 마음이 무척 공허해졌다. 그렇다고 이런 마음을 누구에게 이야기 한들 돌아오는 건 판단 뿐인 걸 안다. 아직 고등학교 3학년, 1학년인 아이들의 부모 노릇도 해야 한다. 무턱대로 교사를 그만둘 수도 없다. 그러나 오늘은 너무 교사를 그만 두고 싶어졌다. 과연 이 일이 나에게 맞는 일일까? 교사는 ‘내’가 아니다. 충분히 아이들 앞에서 ‘나’로서 있지 못하다. 진정한 ‘나’로 말이다. 에고를 덜어낸 순전한 ..
교실 청소를 끝내니 또 방전. 마치 오늘은 방전된 배터리를 조금 충전하고, 또 방전되고를 반복한 듯. 하늘도 어둡고, 비도 내리고, 밖으로 나왔다. 차를 밖에다 주차한 줄 알고, 후문으로 가려다가 그제서야 차가 학교 안에 있는 줄 알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내가 동영상을 보냈다. 딸아이와 함께 연꽃밭길 사이로 노는 영상이었다. 그래서 함께 하려고 차를 몰았다. 막 주차를 하고, 혹시 몰라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현금을 확인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잠깐 내가 잘못봤나? 어젯밤에 천원짜리 네장, 그리고 오만원 한 장 이렇게 넣어둔 걸 확인했는데, 천원짜리 네 장만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차 밖으로 내릴 수가 없었다. 사실을 안 이상. 전화를 걸었다. "어디..
2020. 07. 12 학교에 왔다. 교실 청소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기껏 ‘빠니보틀’ 유튜브를 본 게 다일 정도다. 지금도 보고 있다. 조금 전에는 서울 엄마와 통화를 했다. 그러나 불편했다. 다음주 당진 간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서울은 안 가면서 당진은 간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해도 맞는게, 당진은 마음 편히 가지만, 서울은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께서 섭섭하실 것을 알면서도 그런다. 생각해보니 약간의 복수심도 있는 것인가? 그런 마음을 가지셔도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내가 당한, 내가 마음으로 겪은 것에 대해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 때문인가? 어쩌면 나는 잔인한 인간이다. 은근히 상대방이 상처받기를 바라는 그런 인간일지도. 그..
요즘 기분이 영 별로다. 언제쯤 이 기분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따금씩 몇몇 사람들이 내게 보여주는 소소한 애정의 모습들에서 조금은 행복이 스쳐지나가지만, 이내 곧 이전의 나로 돌아온다.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내 마음에서 멀다. 가족은 가족 나름대로, 부모님들은 부모님들 나름대로, 이웃들은 이웃들 나름대로 내게서 멀다. 아니 멀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다. 사랑이란, 생각해보면 번거로운 일이다. 뭔가 내겐 부족한 것이 있다. 사람들에게서 기대하는 것이 없는, 실망감의 일종이려나.역시 사람들이란... 이러면서... 아내가 옆에서 하는 말들도 가슴에 남는 것 없이 그저 흘려 보낸다. 내게 가까운 사람들부터 생각해본다.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