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있는모습그대로

죄송합니다... 본문

가감없이

죄송합니다...

꿈소 2020. 7. 12. 23:10

교실 청소를 끝내니 또 방전.

마치 오늘은 방전된 배터리를 조금 충전하고, 또 방전되고를 반복한 듯. 

 

하늘도 어둡고, 비도 내리고, 밖으로 나왔다. 

차를 밖에다 주차한 줄 알고, 후문으로 가려다가 그제서야 차가 학교 안에 있는 줄 알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내가 동영상을 보냈다. 딸아이와 함께 연꽃밭길 사이로 노는 영상이었다. 그래서 함께 하려고 차를 몰았다. 

막 주차를 하고, 혹시 몰라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현금을 확인하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잠깐 내가 잘못봤나?

어젯밤에 천원짜리 네장, 그리고 오만원 한 장 이렇게 넣어둔 걸 확인했는데, 천원짜리 네 장만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한 사람 밖에 없었다. 차 밖으로 내릴 수가 없었다. 사실을 안 이상.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친구랑 집으로 향하고 있다는 아들. 나도 아내와 딸과의 만남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집에 가니 아들이 와 있었다. 자기 방에 들어가 있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아들을 불렀다. 그리고는 내 옆에 앉으라고 했다. 

확인하려고 묻지는  않았다. "아빠 지갑에서 5만원 가져갔지?"

아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일 줄 알았지만, 고개를 떨구는 아들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쓰라렸다. 

"적어도 내 아들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빠 마음이 어떨 것 같아? 지금 해야할 말이 무엇이라고 생각해?"

"속상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아들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는 아빠도 속였지만, 너 자신도 속인 거야. 그리고 이 날은 잊혀지지 않을거야. 이 날을 잊지 말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거짓말은 해서는 안 될 일이야. 그러나 아빠는 오늘 너를 용서할 거야. 그러나 다음엔 정말 화를 낼 것 같아. 다시는 그러지 말자."

너무나도 명백한 잘못에, 고개를 못 드는 아들의 어깨를 한 쪽 팔로 살짝 감싸안았다.

"그런데, 아빠에게도 잘못 있어. 너를 잘 키우지 못한 잘못. 아빠가 너를 잘못 키운 것 같다."

 

그러나, 이번 눈물은 뉘우침의 눈물이다.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어쩌면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다. 

또 어쩌면, 기회일른지도 모른다. 너와 나를 위한. 아들의 양심이 더 밝아지고, 앞으로 옳은 선택을 하며 살기를 바래야겠다. 

 

곧 아내와 딸이 돌아올 것 같았다. 아마 아내가 안다면 더 속상해 할 것이 분명했다. 

"얼른 씻어. 샤워하고. 아빠는 널 용서했다."

그리고 일어났다. 울고 있는 아들에게 다시 한 번 씻으라고 이야기하고는 무심코, "빠니보틀"을 틀었다. 

식탁 옆의 과자들을 가지고 와서는, 영상을 보며 무심하게 까먹었다. 

 

아내와 딸이 왔다. 모른척 했다. 

오늘 여러가지로 마음이 무거웠고,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한참을 고민했다.

밤이 늦어가고 있는데, 집 밖을 나와야 마음이 풀어질 것 같은데, 아내가 이렇게 밖으로 나오는 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내에게는 집에서 일하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카페에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목적지 없이 차를 몰았다. 

너무 답답했다. 당장 아내에게 말할 수 없어서도 괴로웠다. 

가슴앓이다. 이게 이리 아픈 일일지 몰랐다. 

 

차를 몰아 여기 의왕 백운호수까지 왔다. 

다행히 12까지란다. 

 

커피 참 비싸다. 카푸치노. 만원이라니.

그래도 12시까지 내 마음을 받아줄 수 있으니 다행이다. 

마음 정리할 겨를 없이 거리를 쏘다니는 것보다는 낫겠지. 

이렇게 글로 마음을 정리하고 있으니 다행이기도 하고. 

 

아내에게 이야기해야하나? 

왜 이리 힘들지? 

내일 학교에 안 가면 안 되나??

아무 것도 하기 싫고, 의욕도 없다. 

나는 어찌해야 하지?? 

 

아들에 대해 생각해보건데,

어쩔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어떻게 자랐건 간에,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양심은 마음에서 작동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기를 바라야 할 뿐이겠지만. 

 

그래, 인간은 기본적으로 죄인이지만, 

하나님이 창조하신, 하나님을 닮은 형상이다. 

우리 마음은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죄를 사랑하는 마음과 함께, 

하나님 앞에 드러나고자 하는 마음도. 

나는 분명 아들 안에 있는 양심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그 양심이 아들을 인도할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아들의 길은 아들의 전적인 선택에 달려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므로, 

아들이든, 그 어느 누구든,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지 말자. 

열어두자. 

 

인간을 연구하자. 

 

이제 가야겠다. 

50분에 마감한단다. 

집에 가자. 

가서 기도하자. 

하나님을 만나자. 

'가감없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언제 나인가  (0) 2023.08.22
교사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인 것 같다  (0) 2023.08.22
잔인한 인간인가  (0) 2020.07.12
사랑은 내게서 먼 단어  (0) 2017.01.28